열심히 한다는건

에세이

최근 운동을 하며 주변에서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사실 열심히라기보단 게임에서의 일일 퀘스트를 하는 느낌으로 오늘은 상체, 내일은 하체를 계획하고, 운동을 못 하는 날에는 퀘스트 보상을 놓친 것처럼 아쉬워한다.

그러던 중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나를 압박하는 느낌을 받았고, 이러한 생각이 나를 너무 몰아세우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전에 무엇인가를 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았다.



과거의 나는

학생일 때를 떠올려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고등학생 시절에는 군대와 같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당시 기숙사에서의 규칙과 일상은 머리를 12mm 이하로 밀어야 했으며, 아침 7시마다 운동장 구보를 하고 등하교 시간에 인원 점검을 매일 했다. 휴대폰은 금지였고, 하교 이후에는 기숙사 독서실에 감금당한 채 졸고 있는 사람들은 불려 나가 마대자루로 매타작을 맞았다.

억압된 환경에서 공부에 대한 강요 때문이었을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해방감에 또다시 공부는 뒷전이었다. 시험은 벼락치기가 일상이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고등학생 시절을 보상받고자 열심히 놀았다.

열심히 놀았던 것도 열심히 한 것에 포함된다면, 내가 한 열심히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개발자로 취업하고 나서는 실력 좋은 멋진 개발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가를 돌아본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항상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실력 좋은 멋진 개발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열심히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그저 취미 생활을 하는 것처럼 슬렁슬렁 하고 있다 생각된다.

앞서 열심히 한 것과 아닌 것을 나눴지만, 열심히 한다는 건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열심히 한다는건

열심히 한다는 건 상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엄청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족해 보일 수 있다.

와이프는 매주 금요일 오케스트라 모임을 가고 있다. 그런 와이프를 보며 항상 열심히 하고 오라는 얘기와 집에서도 연습 좀 해! 열심히 좀 해! 잔소리를 한다.

어쩌면 와이프는 육아를 병행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열심히라는 것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배려가 필요하진 않나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는 것은 내가 나를 배려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나는 정말 열심히 하지 않고 있던 걸까?

내가 나를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열심히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된다.

최근 운동을 하며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정보들을 접하고, “그래! 쉬는 것도 중요하댔어!” 하며 쉴 때가 있다.

잘 쉬는 것도 열심히 쉬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열심히 한다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답이 없는 이 질문을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한다.



열심히 잘하는건

열심히 하는 것에 답을 찾지 못한 채 잘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잘하는 것 또한 열심히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헬스장을 다니며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갈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저분 열심히 나오시네!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몇몇 분들은 운동하는 방법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손에는 폰을 들고 뛰고 있는 사람, 누가 봐도 이상한 자세로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보며 열심히 하더라도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은 열심히 나오지만 앉아서 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의 수다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물론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이상한 자세와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일을 할 때에도, 육아를 할 때에도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열심히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이 또한 답이 없을 수 있지만, 요즘 들어 ‘열심히 잘해야겠다’를 주문처럼 되뇌인다.



작업실 한편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고양이

"Whatever I have tried to do in life, I have tried with all my heart to do well." - Charles Dick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