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문에 조금 비칠 무렵,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40분을 조금 넘은 시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본다.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를 반겨준다. 이렇게 아빠 개발자의 하루가 시작된다.
혼자 뭐 하고 있었냐 물으며 옆에 누워 팔다리를 마사지해 준다. 그러다 보면 재미난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이 웃으며 손바닥으로 아빠 얼굴에 스파이크를 날린다. 그렇게 잠깐 몇 분간 맞아주다 엄마 얼굴 옆에 눕혀준다. 그리고 엄마 얼굴에 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출근 준비를 위해 방을 나선다.
후다닥 씻고 나서 아침으로 구운 계란, 두유, 요거트에 견과류를 넣어 먹는 것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다. 옷을 갈아입고 시계를 보니 6시 50분! 고민이 시작된다. 7시에 집을 나서기 전 10분간 아이와 놀아 주기, 하루 동안 힘든 와이프를 위해 아기 매트 닦고 장난감 꺼내 두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오늘 나의 선택은 아기 매트 미리 닦아두고 장난감 꺼내두기!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새벽에 사용한 젖병을 씻어둔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는 말과 와이프와 아이에게 출근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선다.
여유롭게 출근하기 위해, 환승까지 고려하여 7시 정도에 집을 나선다. 일곱 정거장 정도의 거리지만, 두 번의 환승을 거쳐야 하기에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지하철에서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저장해 둔 개발 관련 글이나 블로그에 정리해 둔 글을 짧게나마 읽어본다. 짧은 거리이기에 환승 도중 집중이 깨질 때면 뉴스를 보거나 미뤄 둔 웹툰을 몰아서 보곤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개발자들의 도시 판교에 도착한다.
회사 건물로 들어와 자리에 앉기까지 “어제 혹은 지난주에 뭐 했었지?” 하고 생각하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본다. 8시 출근을 하면 같은 공간에 서너 명 정도 나보다 일찍 출근하신 분들을 보며, 저분들은 언제 출근하는 걸까 궁금해하며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켜고 수많은 로그인을 진행한 뒤 메일과 멘션된 스레드를 확인한다. 그리고 밀린 리뷰들과 진행 중이던 작업을 확인하고 9시까지 업무를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이 시간이 하루 업무 시간 중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가장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지 않나 싶다.
9시가 되면 하나둘 주변 사람들이 출근하기 시작한다. 이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간식 코너로 가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챙겨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다시 한 시간가량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에 집중한다. 요즘 키보드 타이핑은 여러 개의 터미널 화면을 바라보며 AI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두드림이 대부분이다. 개발자임을 뽐내기 위해 여러 키보드를 사용해 보고 커스텀 키보드도 맞춰 사용했다. 하지만 더 이상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의 키보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개발자들의 현실과도 비슷하지 않나 하는 씁쓸함이 든다.
11시 데일리 스크럼을 마치고 나서 점심시간 전 흐트러진 집중력으로 잠깐의 업무를 수행하고, 헬스장으로 출발한다. 듬직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육아휴직 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고, 듬직한 아빠가 되기 위한 길은 끝이 없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열심히 진행 중이다. 점심시간 운동은 하루 중 가장 정신없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스트레칭도 생략한 채 빠르게 운동과 샤워를 마치고 헐레벌떡 식당으로 간다. 1시까지 복귀하기 위해 점심시간에서 나에게 메뉴 선택권은 없다. 가장 줄이 짧은 메뉴를 확인하고 음식을 받아 빠르게 점심을 해치우고 자리로 돌아간다.
오후에는 이상하게도 항상 회의가 많은 편이다. 이리저리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가 없는 시간에는 오전과 같이 키보드 두드림을 반복한다. 그리고 업무 중간중간 패밀리앨범이라는 가족 사진 공유 앱에 들어가 와이프가 올려준 사진을 확인한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패밀리앨범에 사진이 안 올라오면 양가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온다. "오늘은 사진이 왜 안 올라오니?", "무슨 일 있니?"와 같은 걱정 어린 말 뒤에는 빨리 사진과 영상을 올리라는 압박이 이어졌고, 나와 와이프는 급하게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곤 했다. 막상 내가 출근하고 나니 패밀리앨범에 사진이 안 올라오는 날이면, 와이프에게 "오늘 사진이 하나도 없네?"라는 카톡을 보내며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어느새 퇴근 시간 5시가 다가온다. 환승 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에 빠르게 칼퇴를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에서도 출근길과 동일하게 여러 글과 뉴스, 웹툰 보기를 반복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아빠 왔다!"를 외치며 거실로 가 아침에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마주한다. 가방을 대충 던지고 아이에게 달려간다. 아이가 잠들기까지 2시간 동안 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킨 뒤, 잠들기 전 책을 읽어준다. 한 명이 아이를 재우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와 하루동안 쌓인 젖병을 씻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나면 9시가 되고, 잠자기 전 한 시간 동안 넷플릭스, 유튜브를 보며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새벽 전투를 위해 10시 정도에 아침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든다. 대략 11시에서 12시 사이 우렁찬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와이프는 거실로 달려 나가 분유를 타고, 나는 아이를 안고 달래며 분유가 오기를 기다린다. 의자에 앉아 분유를 먹일 준비를 마친 와이프에게 아이를 건네고,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시야에서 사라진다. 분유를 한 모금 먹고는 컥 소리와 함께 다시 울음이 터진다. 아이를 달래며 다시 잠을 재우고 우리도 다시 잠을 청한다. 새벽 3~4시경 다시 우렁찬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전의 루틴을 반복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분유를 먹고 잠잠해진 것을 확인하고, 출근 준비를 위해 나는 먼저 잠이 든다.
햇살이 창문에 조금 비칠 무렵,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40분을 조금 넘은 시간, 무거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본다.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나를 반겨준다. 이렇게 아빠 개발자의 하루가 또다시 시작된다.

"The most important thing a father can do for his children is to love their mother." - Theodore Hesburg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