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맛집: 단대오거리

에세이

회사에서 글쓰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2주 동안 각자 글을 쓰고, 다 함께 모여 글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내가 주제를 정하게 되었고, 어떤 주제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 개발 관련 주제로 정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최근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듯 AI로 인해 너무 방대한 양의 개발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와이프와 맛집 관련 유튜브 프로그램인 "또간집"을 보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의 또간집은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이 주제가 괜찮을까 고민하다가 "나만의 맛집 리뷰하기"를 이번 주제로 정했다. 그런데 주제를 정하고 나니 정작 나만의 맛집은 어디인지 다시 며칠 동안 고민하게 되었다.



나만의 맛집

나만의 맛집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니 지금은 갈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는 맛집들은 몇 군데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딱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글을 쓰기 전에 한 번쯤 다시 가서 먹어보고 리뷰를 쓰고 싶었기에 동네에서 여러 번 방문했던 음식점들을 떠올려 보았다. 또간집처럼 프랜차이즈를 제외하는 규칙을 따로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맛집을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소개하고 싶지는 않아 모두 제외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방문했던 음식점 하나가 남았다. 그곳은 바로 단대오거리역 2번 출구 앞에 위치한 "산성해장국밥"이다. 이미 리뷰도 많은 곳이라 나만의 맛집으로 소개해도 괜찮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단대오거리에 이사 온 지 4년이 된 지금까지 최소 열 번 이상 방문한 곳이었고, 안동에서 올라오신 부모님께 맛집이라며 모시고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 기억들을 되새기다 보니 이 동네에서 나만의 맛집은 바로 이곳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곳을 소개하기에 앞서 리뷰를 어떤 방식으로 쓸지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대부분 맛집 리뷰를 떠올리면 가게의 간판과 입구 사진으로 시작해 메뉴판과 음식 사진을 보여주는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간판과 입구 사진을 찍었고, 내가 주문한 음식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산성해장국밥"의 메뉴판과 가게 내부는 방문 당시 손님이 많아 눈치가보여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문득 내가 찍은 간판과 입구 사진, 그리고 음식 사진만으로 맛집 리뷰를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글쓰기 스터디라는 주제에 맞게 사진보다는 글로만 나만의 맛집을 소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맛집 리뷰라고 하기에는 서론이 너무 길어진 것 같지만, 이 글은 단순히 "산성해장국밥"이라는 식당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만의 맛집을 소개하며 내가 느낀 입맛을 소개해볼예정이다.



산성해장국밥

처음 "산성해장국밥"에 갔을 때는 맛집이라기보다는 나에게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 곳이었다. 그것은 바로 세 종류의 국밥을 모두 선지 옵션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장터국밥, 소양국밥, 수구레국밥을 각각 일반 기준 만 원, 만 천 원, 만 이천 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여기에 천 원을 추가하면 선지가 들어간 국밥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특대로 주문할 경우 가격은 각각 만 사천 원, 만 천 원, 만 천 원이며, 선지는 추가 요금 없이 선택할 수 있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은 틈만 나면 동생과 나를 차에 태우고 1시간 정도 떨어진 해장국집에 데려가 선지국밥을 사주셨다. 처음 선지를 보고 이게 무엇인지 부모님께 물어보았는데, 당시 부모님은 장난으로 소의 코피를 굳혀 만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꽤 오랫동안 믿고 있었다.

서울로 상경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선지국밥을 파는 곳을 직접 찾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선지국밥을 먹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산성해장국밥"에 들어가면 벽에서 눈에 띄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국밥과 선지의 효능에 대해 적어 놓은 안내문이다. 그중 선지는 빈혈과 숙취 해소에 좋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뇌 기능 향상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

맛집 리뷰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가게를 더 자세히 둘러보던 중, 국밥 설명 하나에서 시선이 멈췄다.

"미식가인 그대! 아직 수구레를 모르셨나요? 소의 껍질과 고기 사이의 아교질, 콜라겐 그자체. 소 한마리를 잡아도 극소량, 수구레를 잡솨본 당신 진정한 미식가이십니다."

이 글을 보고 놀랐던 이유는 여러 번 이곳에 왔음에도 수구레국밥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집 리뷰를 쓰기 위해 가게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기에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문구를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이날 나는 수구레국밥을 먹으며 진정한 미식가로 거듭났다.


이날 처음 먹어본 수구레국밥은 나만의 맛집 리스트에 올리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수구레는 언뜻 보면 하얀 비계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설명에 적혀 있던 것처럼 아교질과 콜라겐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수구레국밥과 소양국밥을 주문하면 와사비장을 함께 주는데, 와사비장에 찍어 먹는 수구레와 소양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조합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 깍두기, 양파, 마늘쫑 역시 해장국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앞서 설명 후 잊었을 법한 선지는 소나 돼지의 피를 응고시켜 굳힌 음식이다. 피라는 인식과 독특한 비주얼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어릴 적 자주 먹었던 기억 때문인지 오랜만에 먹었을 때도 큰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맛이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집에 와서 선지의 효능과 선지국밥에 대해 찾아보니 좋은 선지는 비린 맛이 없고 기포가 적으며, 푸석푸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그날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찍어둔 사진 속 선지에서도 기포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선지를 파는 곳을 찾아다니며 먹어본 적도 많지 않고, 선지국밥 맛집을 비교해 볼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선지국밥을 파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면 진정한 미식가의 자세로 맛과 식감을 비교하며 먹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이곳 산성해장국에서 선지는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다. 선지를 추가하지 않더라도 국밥 자체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맛집으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맛집 리뷰

맛집 리뷰의 목적은 대부분 음식점의 정보를 제공하고, 리뷰를 본 사람이 그곳에 가서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막상 글을 다 쓰고 나니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산성해장국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 리뷰로 참고하기에는 너무 긴 글이기도 하다. 게다가 나 역시 맛집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진이다. 여러 음식점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며 "맛있겠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을 골라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만의 맛집 리뷰를 쓰면서는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내가 자주 찾던 음식점을 돌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갔던 선지국밥집은 어디선가 들어본 맛집 이야기처럼,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가게를 자녀에게 물려주었는데, 이후 맛이 변하면서 손님이 끊겼고 결국 폐업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사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선지국밥을 먹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나만의 맛집들을 글로 남겨둔다면,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곳이 어떤 장소였고 어떤 맛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더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번 리뷰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맛집을 소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의 나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겨두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My-Own-restaurant-1

"We write to taste life twice, in the moment and in retrospect." - Anaïs N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