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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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내며,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회사에 복직한 뒤 다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AI로 인해 빠르게 변한 업무 환경에 적응하며,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워보기 위해 오늘도 터미널을 열고 클로드 코드와 코덱스를 열심히 괴롭히고 있다. 그러던 중 AI의 답변을 멍하니 바라보며 엔터만 누르고 있는 내 모습이, 영화나 드라마 속 힘을 잃은 임금이 신하들이 가져온 문서에 힘없이 도장만 찍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분명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단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걸까? 오히려 이런 변화 속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개발자가 AI를 대하는 자세

6개월가량의 휴직 후 회사로 복귀하는 과정은 출근길부터 시작됐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퇴근길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순간은 마치 잠깐 한숨 자고 일어나 다시 출근한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출근한 뒤 어색하게 다가온 것은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AI에게 전적으로 수정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중간중간 직접 코드를 작성할까 고민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예전에 농담처럼 미래의 개발자들은 “옛날에는 직접 코드를 타이핑해서 작성했다고?!”라며, 마치 원시인을 바라보듯 이야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던 날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 농담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하며 간단한 작업 몇가지를 처리하며 업무 프로세스와 AI에게 명령하는 방식에 점점 익숙해져갔다. 그러던 중 동료의 코드 리뷰를 받으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바로 동료가 지적한 코드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난생 처음보는 코드를 보고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AI에게 전적으로 작업을 맡기며 발생되는 보안 문제와,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책임 문제들이 논의되었던 것을 본적이 있다. 그리고 AI를 사용하여 개발을 하는 개발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하고 그것은 AI가 인간을 대체 할 수 없는 요소중 하나라는 얘기를 나눈적도 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책임지지도 못할 무언가를 AI에게 맡기고, 그저 터미널을 바라보며 엔터만 누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AI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 결과로 생성된 코드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은 AI가 생성해준 코드가 아무리 방대하더라도 모든것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결과물에 대해 자체 리뷰를 더 꼼꼼하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AI를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도구나 동료라기보다 나의 명령을 수행하는 부하 직원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진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 속 상사처럼 “다시해와!”를 외치며 AI에게 보고서를 던질 수는 없지만, 아주아주 깐깐한 상사로서 작업 내용들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최선이 아닌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에게 정확하게 명령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찾다 보면 대부분은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방법, 어떤 형태로 명령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AI가 쏟아내는 방대한 결과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의 내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AI 시대, 시니어 개발자의 역할

회사로 복귀한 뒤 AI로 바뀐 업무 프로세스에 적응하며 동료들이 만들어둔 AI 도구들을 하나씩 사용해보고 있다.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어 있었고, 개발자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여러 협력 동료들의 업무 환경까지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바뀐 업무 환경에 적응하며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뒤처졌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비록 회사에서 특별한 직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니어 개발자로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잡고 하나의 목적과 목표를 바라보며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어느새 “무언가를 빨리 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바뀌어 있었고, 결국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회의 속에서도 불필요하게 드러났던 것 같다. 회의를 마치고 문득 “조직의 리더는 불안감을 전파해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마치 지금의 나는 눈을 가린채 달려가는 경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되뇌이며 나 자신을 진정시켰다.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인 만큼 방향성도 빠르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챕터 회의를 하며 새롭게 구성된 FE 조직의 리더 회의에 비슷한 고민과 의견을 제안할 예정인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너무 앞만 보고 달리려 했던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보폭을 맞추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AI로 대체될 준비

복직 후 회의에서는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여러 업무들을 조금씩 AI 기반으로 전환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많은 곳에서는 디자인 → 마크업 → FE 개발 과정 중 마크업 영역을 AI가 담당하고 있었고, QA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테스트 자동화를 고도화해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도 논의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서비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 및 아이데이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기획 및 제안서를 직접 AI를 활용하여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업무에서 많은 것들이 AI를 통해 훨씬 편해졌다. 작업 내용을 기반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것부터 리뷰를 받고 깃헙 PR을 만드는 과정까지, 이제는 몇 번의 타이핑과 엔터만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작업 결과를 요약해 릴리즈 노트를 작성하거나, 에러 로그와 트래픽 지표를 분석해 문제를 찾아내는 일 역시 이전보다 훨씬 간단해졌다.

그중에서도 디자인 → 마크업 → FE에서 마크업을 만들어내는 일은 누군가 했어야만 하는 일 자체가 AI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이전에는 사람이 맡아야 했던 영역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동화되고 있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많은 회사들이 인력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는 기사들을 보았다. 어쩌면 그것은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회사 계열사 인원을 포함하여 고용 안정 보장을 외치며 시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AI로 인해 본인의 일과 자리를 위협받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나의 일과 자리 역시 AI로 대체된다면, 그때의 나는 그 상황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언젠가는 AI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종종 “개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만두장사를 해야겠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한다. 아직은 웃으며 넘기는 이야기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 농담을 더 이상 웃으며 말할 수 없는 날이 오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까. 그 질문을 지금보다 훨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What-to-prepare-for-the-AI-era-1

"The future belongs to those who prepare for it today." - Malcolm 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