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 개발 10년차, 조금 이른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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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시작으로 어느덧 10년 차 개발자가 되었다. 조금 이른 회고라 붙인 이유는, 만으로 10년을 채운 이후에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찝찝함에 붙이게 되었다. 만 10년을 채우기 전 찝찝함을 가진 채 이른 회고를 쓰는 이유는 출산을 앞두고 나름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지금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다.

10년이란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기에 화질이 좋지 않은 영상을 보듯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가볼 예정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해 보는 마음으로 회고해 보겠다.

회고라고는 하지만 10년간 일들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허우적거리며 나의 불평, 불만을 투덜대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누군가 읽게 될 나의 일들을 떠올리며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지만 어쩌면 바보 같았던 나의 일들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와 같은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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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발자

처음 개발자로서 시작한 회사는 문서를 편집하거나 볼 수 있는 서비스,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처음 프론트엔드 개발의 시작은 웹오피스 개발 포지션으로 배정되며 PC 브라우저에서 문서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그 시절 스마트폰이 나오고, 안드로이드와 iOS 앱 개발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안드로이드 개발을 공부했던 터라 안드로이드 개발 포지션을 희망했지만, 회사란 곳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님을 느꼈다.

그 당시 프론트엔드 개발을 지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드로이드와 iOS 개발 경력이 있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자신 있을 정도로 깊게 공부하진 않았기에 프론트엔드 개발은 나에게 있어 개발자로의 취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4년간 첫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는 동안에는 개발을 담당한 서비스에 굉장히 매몰되어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직을 결심하고 당차게 여러 회사 면접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우물 안 개구리가 더 큰 세상에 나와 수많은 천적에게 쫓기는 두려움과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4년간 프론트엔드 개발은 하였지만 공부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 내에 필요한 부분들만 조금씩 찾아보는 정도였다. 면접은 그런 나를 법정의 죄인마냥 질책과 질타를 한없이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곳이었다. 처음 직장에 취업하고 앞서 말했듯 개발자로의 취업 그 이상, 그 이하로 의미를 두지 않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4년간 묵묵히 일했던 나를 바보 멍청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도 바보 멍청이처럼 살고 있진 않나 생각이 들면서도 그때보다는 조금은 덜 바보 같아지지 않았나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야근의 추억

첫 회사에서 4년이라는 기간 중 추억으로 포장된 야근에 대한 기준이 바뀐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커다란 기업에 종속된 서비스가 있었고 갑의 요구사항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야근이 시작되었다.

흔히들 야근이라고 한다면 몇 시까지 근무 연장하는 것을 생각하는가? 저녁을 먹고 열 시나 열 한시 정도에 퇴근? 아니면 길게는 새벽 한 두시 정도로 생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당시 우리는 다음날로 넘어가는 열두 시에 별도의 간식을 먹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고 새벽 한두 시에 집에 가는 날은 빨리 가는 날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회사에서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와 계약하여 아침에 샌드위치나 김밥을 아침으로 제공해 주었는데, 밤을 새고 아침에 김밥을 받아 출근하는 동료들과 씁쓸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다. 또 다른 기억은 새벽 서너 시쯤 신입사원으로 함께 입사한 친구와 집을 가던 도중 친구가 슬픈 목소리로 “난 개발자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을 했던 것이 아직도 옛날 흑백 비디오를 보는 것과 같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약 석 달 정도 별도의 수당도 없는 야근을 지속하였고 어찌어찌 일정은 맞추었지만, 계약은 잘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이 기간동안 개발자로서의 일이 많았고, 그로 인하여 많은 성장을 이루어 냈다면 좋았겠지만, 그때의 분위기는 나의 일이 없어도 야근하는 동료와 함께 남아 테스트라도 해주어야 하는 곳이였다.

이 경험으로 야근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후 다른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도 일을 조금 더 하는 것 정도는 야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회사를 옮길 때 일이 많은 것은 상관없지만 포괄 근무제인지, 만약 포괄 근무제라면 그에 따른 보상이 괜찮은지를 확인한다.

지금은 신입사원 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들과 그때는 그랬지하며 추억으로 포장하고 라떼는을 시전하며 힘든 전쟁을 경험해 본 역전의 용사와 같이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비슷한 경험을 하는 누군가 있다면…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인정받는 곳으로 도망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충성과 이직사이

이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없었나 싶을 정도로 영원히 다닐 것만 같았던 첫 회사에서 사소한(?) 이유로 이직을 결심했었다. 사소한 이유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충성한 신하에게 월급을 주고 단순히 일을 시키는 일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느낀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는 앞서 말한 월급을 주고 단순히 일을 시키는 일꾼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회사 그리고 사회라는 곳은 철저하게 계산된 곳이고 냉정한 곳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회사를 옮기거나 팀을 이동할 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직을 준비하고 회사를 옮기고 나서 깨달은 것은 애정을 쏟아 열심히 개발했던 프로젝트는 결국 내 것이 아닌 회사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 당시 새내기 개발자로 프로젝트 시작부터 함께하여 완성된 프로그램이 팔리며 회사 매출에 기록된 순간은 내 자식이 성공한 것 마냥 기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자식이 내 자식이 아니라는 당연한 것을 깨달은 순간, 조금은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이 감정으로 이후 회사에 종속된 개발자로서 고객의 서비스를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상담원과 같은 마음으로 개발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1년간 했던 일을 정산하는 연말 평가 혹은 연봉 협상을 진행하며 대응한 서비스를 철저하게 나의 포트폴리오로서 돌아본다. 다시 생각해 보았을 때 프로그램 자체는 내 것이 아니였지만 내가 했던 일 자체는 결국 나의 자산이었고, 그 자산을 만들어내고 잘 정리하는 일 또한 내가 했어야만 했던 일이였던 것이다.

당장 둥지를 떠나는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잘 챙겨야 했지만, 최근에는 내가 했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해 소홀했다. 영원한 것은 없듯 언제든 재난 상황에 준비된 자세와 같이 피난 가방을 한 번씩 정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동안 널브러진 나의 피난 가방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져야겠다.



부채가 쌓인 10년차

첫 회사에서는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걱정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기에 연차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이직을 준비하며 3년 차 이상, 6년 차 이상 시니어 등의 자격 요건을 본 이후부터는 연차가 높은 시니어 개발자에 대한 기대와 연차가 쌓이는 것에 대한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작은 회사에서 조금씩 큰 회사로 옮기며 연차 높은 시니어 개발자에 대한 기대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예상했던 기대는 엄청난 기술적인 가르침으로 인한 폭발적인 개발자로서의 성장이였다. 하지만 본인의 성장은 주변에 뛰어난 개발자가 많더라도 성장에 대한 의지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란 학교처럼 가르침을 주는 곳이 아니며 본인의 역량을 위한 노력은 순전히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다니는 회사는 스터디를 장려하고 일부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나를 돌아보았을때 좀 더 성장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고 앞서 말한 바보 멍청이처럼 지낸 시간을 열심히 메꿔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벌써 10년 차 개발자가 되었지만, 지금의 나를 시니어 개발자라 지칭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는 나의 역량이 시니어 개발자라고 불리는 것이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 “중니어 개발자”(주니어와 시니어 사이)라고 지칭했었다. 아직도 프로젝트 내 코드리뷰를 하며 나의 연차에 맞는 코드리뷰를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때도 있으며, 코드리뷰를 받으면서도 좀 더 꼼꼼히 이런것들을 미리 잘 챙거야 했는데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이것은 10년간 나의 업보이며 앞으로 밀린 부채를 해결하듯 끝없이 공부하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프론트엔드 개발은 그간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었고 현재는 AI라는 또 다른 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여진다. 개발자가 된다는 것은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숙명과 같이 해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문득 회고하며 이 글을 읽는 개발자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개발자의 숙명은 무엇인지? 그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 말이다.



조금 이른 회고를 마치며

정리에 앞서 혹시나 “FE 개발 10년 차, 조금 이른 회고”라는 제목에서 개발자의 기술적 인사이트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처음부터 이 회고는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채 10년간 겪은 경험에 대한 회고로 시작했다고 변명해 본다. 그리고 나의 불평, 불만이 섞인 요상한 회고 글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름의 앞으로 조심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는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회고 글이라며 앞서 말한 일들에 대해 리스트로 정리하거나 액션 아이템을 뽑아 잘 진행하는지를 검증하는 등의 일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들과 해야만 하는 일들이라 생각되고, 나중에 다시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꼭 해볼 예정인 것을 하나 적자면 다른 개발자의 회고 글을 읽고 나와 다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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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o neglects learning in his youth, Loses the past and is dead for the future.” - Euripides -